1 / 11 (토) 전화
저녁스케치
2020.01.11
조회 424
당신이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전화를 겁니다.
신호가 가는 소리

당신 방의 책장을 지금 잘게 흔들고 있을 전화 종소리,
수화기를 오래 귀에 대고 많은 전화 소리가
당신 방을 완전히 채울 때까지 기다립니다.
그래서 당신이 외출에서 돌아와 문을 열 때
내가 이 구석에서 보낸 모든 전화 소리가 당신에게 쏟아져서
그 입술 근처가 가슴 근처를 비벼대고
은근한 소리의 눈으로 당신을 밤새 지켜볼 수 있도록.

다시 전화를 겁니다.
신호가 가는 소리

마종기 시인의 <전화>


더는 다가갈 수 없어서,
다가설 용기가 나지 않아서,
허공에 울려 퍼질 전화에
마음을 실어 보냅니다.

외출했다 돌아온 그대가
울렸다 끊어지는 벨소리를 들으면
혹시라도 나를 떠올리지 않을까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