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각이나 늙은 호박을 쪼개다 보면
속이 텅 비어 있지 않데? 지 몸 부풀려
씨앗한테 가르치느라고 그런겨.
커다란 하늘과 맞닥뜨린 새싹이
기죽을까 봐, 큰 숨 들이마신 겨.
내가 이십 리 읍내 장에 어떻게든
어린 널 끌고 다닌 걸 야속게 생각 마라.
더 넓은 세상 보여주려고 그랬던 거여.
장성한 새끼들한테 뭘 또 가르치겄다고
둥그렇게 허리가 굽었는지 모르겄다.
뭐든 늙고 물러 속이 텅 빈 사그랑주머니를 보면
큰 하늘을 모셨구나! 하고는
무작정 섬겨야 쓴다.
* 사그랑주머니 : 다 삭은 주머니
이정록 시인의 <사그랑주머니 - 어머니학교1>
엄마들은 음식을 한 가득 싸주시면서
이것은 냉장고에 넣고,
이건 녹기 전에 냉동고에 넣고,
쌀은 매듭을 꽉 묶어야 벌레가 안 먹는다며
이르고 당부를 하십니다.
다 큰 자식에게도 어찌나 가르치실 게 많은지...
그렇게 자식 품느라 제 몸 삭는 것도 잊으시고는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