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16 (목) 우리, 모여서 만두 빚을까요
저녁스케치
2020.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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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피에 소를 올린다
포개서 가장자리를 꾹꾹 누르고 끝을 이어 붙인다
만두 한 알이 완성된다

능숙한 손에 몸을 맡기면
이렇게 그럴듯한 만두가 태어나는 법

사람 일도 마찬가지
차근차근 배우고 조심조심 따라 해서 나쁠 것 없는데
실패하지 않으면 더 좋은데

세상 제멋대로인 사람들 많다
도무지 말을 듣지 않는다
귀 모양을 닮은 만두만 내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만두야, 그렇지 않니?
너도 나도 기왕이면 속 안 터지는 게 좋지 않겠니?
내가 나 좋으라고 이야기하니?

만두를 빚으면
국 끓여 먹고 튀겨서 먹고 쪄서 먹을 수 있지
남의 말 안 듣는 인간들은 어디 써먹을 데가 없지

도대체 왜 그렇게 막무가내일까
그들은 이미 틀려먹었다

빚고 또 빚어도
마음이 딴 데가 있으니 만두 모양이 제멋대로다
자꾸 속이 터진다

오만 생각 다 그만두고
그래, 만두 빚을 때는 만두를 빚자
빚을 수 있는 것은 만두뿐이다

유병록 시인의 <우리, 모여서 만두 빚을까요>


아마 시 속의 주인공은
속 터지게 답답한 마음을
만두를 빚으며 달래고 있는 거 같지요?
만두처럼 조용히 들어주기만 해도
마음 상할 일이 줄어들 텐데
우리는 왜 그렇게 ‘듣기’가 안 되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