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미를 벌리고 큰 추위들이
황태 덕장으로 실려와
겨울을 지날 때까지 온몸이 노릇하게 말라간다
내장을 비운 배 속엔 한파 특보가 가득 들어있다
추위를 먹고도 한 철을 날 수 있다는 경지
틈만 나면 뜨끈한 국물을 속에 넣기 바쁘고
그것도 모자라 한증막 열기에 몸 바깥을 데우는 사람들
크게 입 벌리고 이 겨울,
추위란 추위 모두 먹어버리겠다는
어느 지경에 이르러서 온몸 비린내 다 버리고
옅은 금빛 황태가 되겠다는 작심이 꾸덕꾸덕하다
깊은 산속을 찾아가던 바람과
준령을 넘어온 푸른 파도 소리가 맛으로 드는 황태
일렬종대의 덕장 사이로 지나가는 골바람, 차가운 햇빛
어느 투박한 뚝배기를 만나
쓰린 속 풀어줄 한 그릇 맛 보시報施가 녹았다 얼었다 한다
밤사이 또 눈이 내리고
아가미 가득 푸른 허공을 물고 눈을 부릅뜨고 있다
누군들 저 푸른 허공 한 그릇 배 속에 넣고
시원하게 속 풀어지지 않겠는가
겨울 내내 눈 한번 감지 않는 황태
더 이상 꼬리로는 살지 않겠다는 듯
말라비틀어진 후미 쪽으로 똑똑 물방울들이 떨어지고 있다
하늘을 향해 입 벌리고
겨울 햇살 쪽으로 온몸 뒤틀며 날아오르고 있다
이서화 시인의 <황태 날다>
한겨울 바닷바람을
온 몸으로 맞닥뜨리는 황태의 기개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네요.
하늘을 향해 힘껏 날아오르는 황태와 함께
이 겨울도 깊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