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의 간이역사가 흑백 사진이 되어서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나는 뇌 속의 모니터를 켠다.
검은 기관차의 기적 소리와 함께
모니터 화면에 나타난 K읍의 작은 역
칼라의 영상에선
푸릇푸릇한 초여름의 신록 속에 묻혀 있는 역
“덜커덩덜커덩” 선로가 울리고 “삐이익” 기차가 멈춘다.
재빠르게 발판을 딛고 올라가서 자리에 앉는 나
앞자리에는 노란 스웨터를 입은
얼굴이 통통하고 목덜미가 하얀 소녀가 앉아있다.
향긋한 비누냄새를 풍기며
웃는 얼굴로 창밖의 아카시아 나무를 보고 있는 소녀
열일곱 살의 나도 푸른빛이 출렁이는
아카시아 잎사귀를 눈이 시리도록 보고 있다.
심상운 시인의 <그 역의 아카시아>
옛날에는 여기가 이랬었지,
그때 여기에 무슨 가게가 있었던 거 같은데,
까맣게 잊은 줄로 알았던 기억이
선명하게 되살아나는 순간이 있어요.
짝사랑에 설레고, 꽃향기에 낭만을 꿈꾸던
소년소녀시절의 나와 마주치는 때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