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워해서는 안 되는 시간들을
어디쯤 스르륵 놓아주어야 하나
하염없이 길고 굽어진 길
한겹의 생,
언제 이렇게 속도가 붙었을까
그러나 이 겨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어쩌다 느닷없는 밤안개 너를 데리고
떠나는 일
원주를 지나 치악 언저리를 돌아
판운리, 섶다리에 다다르는 일
그쯤이면 이 몹쓸 짐승 같은 허기
서강 긴 강물에 풀어놓을 수 있지 않을까
누구에게든
차마 버리지 못하는 계절이 있다
송영희 시인의 <강원行>
갑갑한 마음에 무작정 강원도로 차를 몰았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누군가는 탁 트인 바다를 보면
답답함이 가실 거 같아서 떠났다고 하고
누군가는 거친 강물을 보면
마음도 따라 흘려보낼 수 있을 거 같았다고 하지요.
누구에게나 떠나올 수 없는 시간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