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포리가 납작하게 누워 있다
은빛 비늘을 윤슬처럼 반짝이며
날렵하게 잔바다를 누비던 띠포리가
모로 누워 혼미하게 가라앉고 있다
발라먹을 살도 없어 생선 축에도 들지 못하고
만만하다고 으레 가짓수에도 끼지 못하던
그래도 국물맛 내는 데는 띠포리만 한 게 없다며
끓는 물에 집어넣고 우려먹던 그 띠포리가.
고열에 한기까지 갈마들어 몸살이거니 미적거리다가
척추염증이라고 듣기에도 어쭙잖은 병명으로
벌써 한 달 보름이나 병상에 누워 있다
무른 등에 새끼에 새끼까지 태우고
지느러미짓이 그리 힘든 줄 나만 몰랐다
띠포리 한 줌 넣고 된장 한 숟가락 풀어서
김치 넣고 보글보글 끓이면 한 끼는 먹을 거야
입에 걸러 넣을 게 없을 거라며 내 걱정을 하는
아내는 척추 마디마디가 물러 누워 있는데
밴댕이 소갈머리처럼 연득없는 나는
연하디연한 띠포리 등뼈까지 우려내어
혼자 살겠다고 후룩이며 밥 말아먹고 있다
이상규 시인의 <띠포리>
밴댕이를 사투리로 ‘띠포리’, 혹은 ‘디포리’ 라고 하죠.
멸치와 비슷한데 크기는 조금 크고 훨씬 납작합니다.
국물 내는 데는 그만이죠.
가족 위해 일하다 몸 져 누운 아내, 어머니가
작은 몸의 진국까지 다 빼준 띠포리 같아 애잔합니다.
그런 아내를 두고 밥숟갈을 들 때면
염치없고 미안한 마음에 목이 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