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짐센터 일꾼들이 도착
사납게 짐을 산다 농짝을 들어내고 세탁기를 들어내고
여기도 찍, 저기도 찍, 테이프를 갖다붙인다
냉장고에도 붙이고 장롱 문짝에도 붙이고 포개쌓은 밥그릇에도 붙인다
테이프 붙이러 온 사람들 같다 저 사람들
테이프 없애러 온 사람들 같다
우리나라 이삿짐들은 테이프 없이는 아무 곳으로도 가지 못한다
내 온갖 세간살이들이 꽁꽁 테이프 결박을 당하고 있다
어떤 것은 입에 어떤 것은 손발에
테이프 결박을 당하고 있다
태풍예보를 듣고 나도 저걸 베란다 유리창에 붙였었다
털옷에 묻은 먼지를 저걸로 떼어냈었다
방바닥에 뒹구는 머리카락을 저걸로 찾아냈었다
새 집으로 이삿짐을 옮기자 이삿짐센터 사람들이 거침없이 쫙쫙 테이프를 뗀다
여기도 찍, 저기도 찍, 뜯어진 테이프들이
공처럼 둘둘 뭉쳐져 있다
유홍준 시인의 <테이프는 힘이 세다>
이사를 할 때 보면
냉장고나 옷장 문이 열리지 않게 고정 하고,
박스 속 짐이 쏟아지지 않게 붙이고,
두 개의 짝을 잃어버리지 않게 하나로 묶곤 하죠.
테이프가 이렇게
간편하고 유용하다는 사실을
이사를 하면서 처음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