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건너는 바깥노인 둘
이차선 육 미터 도로를
세월아 네월아 한나절을 건넌다
속도를 멈추고 기다리는데
그제야 차를 본 영감님 하나
뒤를 향해 어여어여 팔 내두른다
손짓은 요란한데 몸은 그대로
목숨이 받쳐준다면
어김없이 또 만나야 할 모습일 터
때가 되면
한여름 노을 내리듯
나도 저렇게 저 길을 건널 것이다
쓸쓸함 뒤에 따라오는 기다림
바라느니
길어진 발걸음 따라
마음도 저리 느려질 수 있었으면
고증식 시인의 <세월아 네월아>
더뎌지는 걸음 따라
마음도 느긋해지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빠른 세상을 욕하지도
내 느린 걸음을 원망하지도 않게 될 테니 말이죠.
한 번에 건너지 못하면 두 번에 걸쳐 건너면 되는 것.
방향만 정확하다면 속도는 좀 느려도 상관없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