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4 (수) 딸을 기다리며-고3 아이에게
저녁스케치
2019.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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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이다
이 땅의 모든 어린 것들이 지쳐 있는 밤
너만 편히 지낼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지구상 어느 나라에 우리처럼
가난은 곧 불행이다, 라는 공식을 외우며
걸식하듯 밤하늘을 쳐다보는 바보들이 있을까
오늘도 뉴스에는
여성들의 80%가 결혼조건의 최우선으로
경제능력을 꼽는다지만
막상 부자로 사는 이들은 열의 둘이란다
그러니 가난을 물리치는 대신 행복을 찾는 게 낫지 않겠느냐
하는 의연함을 키우다가도 옆집 갓난아이
슬픈 울음소리에 화들짝 놀라
빈 주머니를 쑤셔본다 너를 기다리며
딸아 가여운 아이야
많은 이들이 옳다면 옳은 것이겠지
지지 말고 살아라
이민 가며 친구가 남긴 한 마디
악하게 살아야 오래 산다는 말도 되살아오는 밤
어서 돌아와 잠시라도 깊은 잠 마셔봐라 숨소리 예쁘게-
반쪽의 달이 외면하며 구름 뒤에 숨고
밤이 어둔 것조차 내 죄인양 송구스런 밤
너의 행복을 쌓으며 몇 자 쓴다 아이야

박철 시인의 <딸을 기다리며-고3 아이에게>


수능성적이 발표됐네요.
혹여 기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도
너무 좌절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어요.
인생은 길고, 길은 많으며
돌아가는 길에서 더 많은 행복을
찾을 수도 있을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