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으레 동대구역에서 내린다.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올 때를 말하는 것인데, 특히
심야에 도착했을 때의 그 만만하고도 쓸쓸한
느낌이라니. 그러나, 그래서 나는 아무런 불편 없이 집에 도착하곤 한다.
한 번은, 아니 세 번,
동대구역을 아차, 지나쳐버린 적 있다.
삼랑진역 부산역 왜관역 등, 엉뚱한 데서 내려 아주
낭패를 겪은 적 있다. 모두
서울이나 부산에서 술 마시고 밤기차를 탔을 때의 일이다.
온몸이 찬물에 빠진 듯한, 멍석에 휘말린 듯한 기운에 퍼뜩 잠 깨 내다본
깜깜한 차창!
낯선 어둠이 엄청 컸다.
냄새가 달랐다.
나는 미처 몰랐다. 모르고 좇은 내 체취를......,
나는 으레 동대구역에서 내린다.
문인수 시인의 <어둠에도 냄새가 따로 있다>
목적지를 지나쳐 낯선 곳에 다다르면
공기 자체가 다르게 느껴지죠.
두렵고, 무섭고, 당황스러운
온갖 감정들이 주변을 에워싸던 때...
분주하게 이동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갈 곳을 몰라 우두커니 서있던 가끔 마음이 그런 적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