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뒤뜰에서 보았습니다
이슬 한 방울 제 등짝에 짊어지고
온몸에 잔뜩 힘을 모은
풀잎 한 가닥 보았습니다
어찌나 안간힘을 쓰던지
이파리 온몸이 풀 먹인 듯 빳빳합니다
저 이슬 한 방울이 대체 무엇이길래
제 몸 휘는 것도 모자라
온 아침을 팽팽하게 다 휘게 하는 걸까요
나 가만히 짐작해보았습니다. 언제나
날 떠받치고 온몸으로 견디고 있는
그의 마음도 그렇겠지요
나 오늘은
저 조용한 이슬 속에 들어
둥글고 편안한 그의 등짝에 납작 엎드려
그의 숨 막히는 긴장을 가늠해야겠습니다.
신지혜 시인의 <푸른 칼날>
풀잎 한 가닥이
새벽이슬을 지키기 위해
온몸에 힘을 모으는 것처럼
우리 부모님, 어느 집의 남편과 아내도,
가족을 위해 온몸으로 버티고 있을 겁니다.
등골 휘는 줄도 모르고, 그렇게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