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 있는 세계는
우리가 살아가야 할 세계와 다를 테니
그때는 사랑이 많은 사람이 되어 만나자
무심함을
단순함을
오래 바라보는 사람이 되어 만나자
저녁빛이 마음의 내벽
사방에 펼쳐지는 사이
가득 도착할 것을 기다리자
과연 우리는 점 하나로 온 것이 맞는지
그러면 산 것인지 버틴 것인지
그 의문마저 쓸쓸해 문득 멈추는 일이 많았으니
서로를 부둥켜안고 지내지 않으면 안 되게 살자
닳고 해져서 더 이상 걸을 수 없다고
발이 발을 뒤틀어버리는 순간까지
우리는 그것으로 살자
밤새도록 몸에서 운이 다 빠져나가도록
자는 일에 육체를 잠시 맡겨두더라도
우리 매일 꽃이 필 때처럼 호된 아침을 맞자
이병률 시인의 <이 넉넉한 쓸쓸함>
지금은 넘쳐흐르는 감정이
이 다음에는 말라 없어질지도 모르죠.
그래서 살아가야할 세계의 우리는
더욱 사랑이 많은 사람이 되어 만났으면 해요.
열정과 뜨거움 뿐 아니라
무심함과 단숨함을 오래 봐주는 것도 사랑이니까.
세상에서 우리가 사라지는 날까지
우리, 사랑으로 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