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값에 덜 익은 토마토 한 상자를 샀다. 지금은 파래도 실온에 그냥 두기만 하면 금방 익을 거라고 했다. 정말 그랬다. 하루가 지나면서 붉은 빛이 서서히 돌기 시작하더니 어느 날은 온통 붉어졌다. 토마토는 예전의 붉은 기억에 충실했다. 본의아니게 그것으로부터 멀어졌지만 되돌아갈 줄 알았다. 푸름을 붉음으로 스스로 물들일 줄 알았다. 그러면서 온전히 익어갔다. 햇빛이나 바람은 절대 아니었다.
이향란 시인의 <붉은 기억으로 익어가는 토마토>
덜 익은 토마토는 붉어지고
떫은 감은 달고 말랑해집니다.
열매들은 햇빛이나 바람이 없어도
자신이 어떻게 익어야할지를 잘 알고 있고 있죠.
설익은 채 살아가는 우리 안에도
스스로를 성숙하게 할 힘이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