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가는 길을 잃어버렸다
갑자기 멈춰 선 열차
전기가 공급되기를 기다리며
술렁이는 열차 안,
길은 가도 가도 어렵고
길은 둥글게 말려오고
언제던가, 그대 만나 하늘 보고 돌아오던 길
머리 위 초저녁 별 하나 떠있고
별을 잡은 듯, 만져본 듯
밤 새워 별과 함께 걷고 싶던 저녁
콧노래 흥얼거리고 가로수 사이 떨어지던 별
풀어진 마음을 별빛에 친친 감고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라는 안내방송 흐르고
5번인지 6번 출구인지 모를 계단
사람들 발길에 밟혀 물러서고
머릿속 꿈틀거리는 파란 길이
생각의 끄트머리를 휘어잡아
이리저리 끌고 다닌다
김리영 시인의 <순간 정전>
이별통보 한 마디에
사랑길이 어둠에 휩싸입니다.
늘 가던 길도 빛이 없으니
한 발자국을 내딛기가 어렵죠.
영원히 이어질 줄 알았던 길이 순간에 끊어지던 저녁,
하늘의 별들은 왜이리 유난히도 밝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