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 11 (금) 자갈치시장에서
저녁스케치
2019.10.11
조회 396
바닷물이
수억만 번도 넘게
대패질을 한
자갈밭 자리에 왔다
자갈치시장
사람들은 저마다
해풍과 햇볕에 널려서
짭조름히 간이 올랐다
줄금이 숱하게 터진
도마 위에는
물 숲에서 뭍으로
적선을 하러 나온 생선이
배가 도드라지게 누웠고
식당 주인이 뚝뚝이
비늘을 벗겼다
저 비린 것에게도
먼먼 조상이 있어서
바다는
해달별 아래에
편편히 앉아
곤한 날은 껌벅이기도 하면서
한 땀 한 땀
비늘 옷을 지었겠다는 생각이 돋았고
저것도 조상을 따라
선한 사람이 차린
옹골진 밥상 위에
모로 누워서
젓가락을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생각이
느릿느릿
그 뒤를 따라 왔다

서형오 시인의 <자갈치시장에서>


당연한 듯이 먹고 있는
생선과 채소, 과일들에
새삼 감사함을 느낍니다.
물에서, 땅에서 적을 하러 나와 준 덕에
우리가 맛있게 먹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