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 19 (목) 거리(距離)
저녁스케치
2019.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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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천국이다 둘이 하나가 된다면 결혼은 얼마나 불행한가 계절과 계절 사이에 간절기가 없다면 식물은 어떻게 꽃을 잃은 슬픔을 달랠까 태양과 지구 사이에 말 못 할 비밀이 없다면 적나라한 삶의 뜨거움을 도대체 감당이나 하겠는가 우리와 너희 사이의 열 걸음으로 믿음이 쌓이고 남자와 여자 사이의 백 걸음으로 사랑이 시작된다 밀물과 썰물 사이에는 윤슬이 소란하니 그 거리가 아니라면 밀물과 썰물의 다툼이 자주 풍랑을 일으킨다 그때와 지금 사이의 거리가 평화를 만든다 세월이 가져오는 망각이 아니라면 어떻게 용서를 떠올리겠는가 날이 저문다 내일 아침이면 만물이 되살아날 것이다 밤과 아침 사이의 거리는 비탈이어서 그 경사만큼 외로운 마음이 담금질을 한다 망망한 그 거리에 내가 있다 나의 바깥 저만치 네가 있으니 이것과 저것 사이의 거리가 불확실한 그리움이다

조항록 시인의 <거리(距離)>


마음이 평안해진 것은
소란했던 과거로부터 멀어졌기 때문,
우리가 서로 손잡고 걸을 수 있는 것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적당한 거리가 있기 때문이지요.
세상 모든 것에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