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13 (토) 차를 세우고
저녁스케치
2019.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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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에 차를 세울까

 어제도 집 앞에 세우고 그제도 집 앞에 세우고 일주일 전에도 집 앞에 한 달 전에도 계속 계속 집 앞에 세우고 어김없이 그랬다. 그런데 오늘은 세우지 못했다. 집 앞에서 한 아이가 울고 있었다. 정면을 바라보며 울고 있었다. 집 주위를 빙빙 돌았는데 한 바퀴 돌고 두 바퀴 돌았는데 계속 아이가 울고 있었다. 계속 거기에 있었다. 누군지 모르겠다. 어디에 차를 세울까

 어두운 골목길에 차를 세우고 오니 아이는 없었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왜 우냐고 물어보려 했는데 땅을 내려다보며 울지 않았다고 대답할지도 모르는데 사라져버렸다. 나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이수명 시인의 <차를 세우고>


부모님의 눈을 피해
편하게 울 수 있는 곳을 찾아
내 집 앞에 왔을지도 모릅니다.

갑자기 사람이 나타나면 민망해질까봐
일부러 집 주위를 빙글빙글 돌다오는 마음이
왠지 뭉클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