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 식당에서 저녁을 사 먹었습니다
늦고 헐한 저녁이 옵니다
낯선 바람이 부는 거리는 미끄럽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당신이 맞은편 골목에서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당신이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사방에서 새소리 번쩍이며 흘러내리고
어두워가며 몸 뒤트는 풀밭,
당신을 부르는 내 목소리
키 큰 미루나무 사이로 잎잎이 춤춥니다
이성복 시인의 <서시(序詩)>
아픔은 더 큰 아픔이 멎게 하니까...
발이 아파오고 다리가 무거워지면
도리어 마음의 괴로움은 잦아들테니까..
깊은 슬픔에 빠져들 때는 걷고 또 걷고
정처 없이 발을 옮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