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18 (목) 등(燈)
저녁스케치
2019.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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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마다 낡은 꿈을 닦아 창문에 걸었다

시간을 갉아먹는 벌레가 찌찍 소리를 냈다
아침 새와 비 온 뒤의 안개와 작은 연못과
몇 가닥 목소리가 처마 끝에서
깜부기불 심지처럼 피어났다 스러지곤 했다

아카시 꽃잎처럼 흔들리던 일이며
들길 끝까지 걸어갔다 돌아오던 일이며
열리지 않던 문 앞에서 주저앉던 일이며

목련도 흩어지고 철쭉도 시들고
시간의 시소는 소멸 쪽으로 자꾸 기우는데
잊히지 않으려고 날마다
녹슨 추억을 닦아 허공에 내걸었다

김말화 시인의 <등(燈)>


시골집의 삐걱거리던 대문,
송아지의 기다란 울음소리, 엄마의 미소,
소를 몰던 아버지의 뒷모습,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서
일부러 더 자주 꺼내보는 추억들이 있습니다.
희미해질 새라 닦고 또 닦아 걸어두는
등불 같은 기억이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