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산길 가다 찾는다.
달래, 며칠 전 바로 이 풀섶에 있었는데
찾을 수 없다.
누가 이 길을 지나갔나보다.
잘 보면 바로 그 자리에 있다.
뜯겨나간 허리에서 촉을 내어
비이슬에 멱을 감아 더 싱싱하게
새벽 햇살에 얼굴 닦아 더 싱싱하게
주위 풀들이 자라면서 너를 에워
감싸안고 숨겨주고 있다.
이대로 너는,
일년이라 열두 달을 하루도 없이
찬비 바람 뜨거운 해 서늘한 달을 받아들이며
다시 치열하게 한 생을 살 것이다.
그리하여 모두 잠들어 있을 새봄에
지각을 흔들어 깨우며
가장 먼저 이 땅 위에 깃발을 들어올릴 것이다.
그러므로
견디는 것은 아름답다.
그러므로
견디는 것이 힘이다.
배창환 시인의 <달래에게서 배운 것>
생명력이 강한 풀들은요.
뜯기고 베어져도 싱싱하게 자랍니다.
아파도 견디는 것이겠죠.
살기위해 더 강해지는 것일 겁니다.
봄이 되면 초록으로 고개 내밀기 위해
더위와 추위, 사람들의 거친 발자국도 견디는 달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