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외버스를 탔네
차창에 레이스 달린 분홍 커튼이 쳐져 있었네
구중궁궐 같은 버스였네
승객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네
어여 기사님아,
썬글라스와
뽕짝 노래로
나를 어디로 모셔가나
앞머리를 커튼처럼 자른 나도
오늘은 이 버스의 기분을 알 것 같아
마음속에 들어앉아
저를 멋대로 몰아가는
저 기사님이 이끄는 대로
잉잉거리고 끽끽거리고 짓 까부는
이 버스처럼
나도 마음속에
수벌처럼 붕붕거리는 기사님 하나 들어앉아
나를 출렁출렁 저 태양까지 몰고 갔으면
앞머리가
찰랑찰랑
커튼처럼 흔들리는
이 아침에
문성해 시인의 <혼자만의 버스>
우리는 모두
자신의 마음을 운전하는
운전기사들이죠.
때문에 마음이 갈피를 못 잡을 때면
대신 운전해줄 사람이 있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합니다.
가끔은 내 마음의 운전기사가 아니라 승객이 되어
이끄는 대로 편하게 가보고도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