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31 (수) 혼자만의 버스
저녁스케치
2019.07.31
조회 448
시외버스를 탔네
차창에 레이스 달린 분홍 커튼이 쳐져 있었네

구중궁궐 같은 버스였네
승객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네

어여 기사님아,
썬글라스와
뽕짝 노래로
나를 어디로 모셔가나

앞머리를 커튼처럼 자른 나도
오늘은 이 버스의 기분을 알 것 같아

마음속에 들어앉아
저를 멋대로 몰아가는
저 기사님이 이끄는 대로
잉잉거리고 끽끽거리고 짓 까부는
이 버스처럼

나도 마음속에
수벌처럼 붕붕거리는 기사님 하나 들어앉아
나를 출렁출렁 저 태양까지 몰고 갔으면

앞머리가
찰랑찰랑
커튼처럼 흔들리는
이 아침에

문성해 시인의 <혼자만의 버스>


우리는 모두
자신의 마음을 운전하는
운전기사들이죠.

때문에 마음이 갈피를 못 잡을 때면
대신 운전해줄 사람이 있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합니다.
가끔은 내 마음의 운전기사가 아니라 승객이 되어
이끄는 대로 편하게 가보고도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