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기 시작하는 반달이 떠 있는 새벽 두 시
잠에 깨어 홀린 듯 마당에 내려섰습니다
달이 시드니 밤하늘 별들이
더욱 초롱합니다
어두울수록 별은 빛나는 법이어서
골목에 서있는 저 두 개의 가로등만 없으면
온전히 밤하늘 별들을 다 헤아릴 수 있으련만 생각하다가
그러나 가로등이 꺼지거나 없기를 바라는 마음을
서둘러 지우고 맙니다
저 별은 누가 켜놓은 하늘의 가로등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가로등처럼 켜졌습니다
그 누군가 저 하늘에 있어
이 지상의 가로등을 별빛으로 헤아리는 그 누가 있어
내게 별이 사라지는 것처럼
그에게 이 가로등이 꺼진다면
내가 내 얼굴을 만져보는 것처럼 쓸쓸하고
내 왼손이 오른손을 더듬는 일처럼 하염없을 것이므로
먼 별빛이 깜빡입니다
나 여기 있다고
복효근 시인의 <그 누가 있어>
언젠가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야경사진을 본 적이 있습니다.
외계인이 존재한다면
지구를 우주를 담은 별이라 생각할 만큼
아름다운 모습이었는데요.
우리가 별을 보며 우주를 헤아리듯
누군가는 야경을 수놓는 수많은 불빛들로
이 땅을 헤아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높은 언덕에 올라
하늘과 땅의 별들을 헤아리고픈
한 여름의 저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