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에 간 엄마는 잘 안 오시는 것이다 우리 엄마 안 오시네 엄마처럼 기다리는 것이다 배추를 팔아 신발을 사 오실 엄마
엄마는 신발을 잊고 엄마는 빨래비누만 소금 됫박이나 사 들고 돌아오는 것이다 좋은 날이란 신발은 오지 않고 좋은 날만 따라왔던 것이다
언 발로 사위를 찍고 사라진 고라니의 겨울 산정도 신발처럼 저 너머에 솟아 있었던 것이다 고라니는 떠나가고 좋은 날은 혼자 남아 기다렸던 것이다 고라니도 신발을 깜빡했다고 들켜주었던 것이다 엄마처럼
정윤천 시인의 <좋은 날>
어릴 적... 장에 간 부모님이
다른 건 다 사오고
사온다던 내 신발만 쏙 빼놓고 오시면
그렇게 실망스럽고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는데요.
아마 필요한 것들을 먼저 사다보니
돈이 모자랐던 탓이었겠지요.
돈이 없다고 말씀은 못하시고
'잊어버렸네' 하던 그 마음은 오죽했을지...
그때는 전혀 이해 못했던 부모님 마음이
이제는 내 속처럼 훤히 보여 쓰려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