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나라에서 가장 빛나는 말
포시랍다는 말
포시랍다는 말을
입안에서 이리저리 굴리다보면
포슬포슬 고운 먼지가 일어날 듯하고
보드라운 솜사탕 한입 먹은 듯
몽글몽글 뭉게구름 하얗게 피어나
머리끝이 거꾸로 선다
포시랍다는 말의 온기로
그 말의 사랑으로
그 말의 넉넉함으로
나는 여전히 철딱서니가 없고
어느 날 포시랍다는 말, 에서
강제 추방당하고 나니
그 속에 든 사랑과 온기와 배려와
부드러움에게마저 추방당해
나는 세상 물정 모르는
가장 포시라운 사람이 되었다
배영옥 시인의 <포시랍다는 말>
‘포시랍다’는 경상도 사투리죠.
곱게 자라서 철딱서니가 없는 걸 말합니다.
말로는 포시랍다 잔소리하셔도
애지중지 키워주셨던 아버지의 사랑과 온기 덕에
세상 물정은 몰라도
마음 하나는 따뜻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