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21 (금) 바다처럼 잔잔히 밀려오는 사람
저녁스케치
2019.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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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당신을 기억할 때
바다처럼 잔잔히 밀려오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오물오물 뱉어내던 그녀의 말을
잔잔히 밀려오는 바다 같은 사람이라면 좋겠어요, 라고 읽는다

사람과 바다 사이에 사랑이 있다 결코
쉽게 헤엄쳐 건널 수 없는 거리
손 내밀면 멀어지는 섬처럼
오도카니 떠 있는 실루엣, 그것이 사랑이라니

사랑도 흙처럼 만질 수 있는 것이어서
만드는 이의 손길에 따라
꽃병이 되거나 사발이 되거나 접시가 된다면
나는 이 전율을 주물러서 무엇을 만들게 될까
한 걸음 다가서면 두 걸음 물러나는 사랑

권혁소 시인의 <바다처럼 잔잔히 밀려오는 사람>


사랑이라는 바다에 발을 담그면
잔잔히 밀려오는 한 사람,
나를 반가워하는 것 같으면서도
절대 가까워지지는 않는 사람,
내가 한 걸음 더 깊게 들어가면
무서운 파도로 나를 밀어내는 사람,
다가가면 멀어지고, 멀어지면 다가오는
가질 수 없는 사랑이 있었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