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어가 익는 철이었을 것이다. 아니다. 수박이 익는 철이었다. 통통하게 알을 밴 섬진강 은어들이 더운 몸을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어 찬 물을 찾아 상류로 상류로 은빛 등을 파닥이며 거슬러오를 때였다. 그러면 거기 간전면 동방천 아이들이나 마산면 냉천리 아이들은 메기 입을 한 채 바께쓰를 들고 여울에 걸터앉아 한나절이면 수백마리의 알 밴 은어들을 생으로 훑어가곤 하였으니, 지금와 생각해보면 참으로 끔찍한 일이지만, 그런 밤이면 더운 우리 온몸에서도 마구 수박내가 나고 우리도 하늘의 어딘가를 향해 은하수처럼 끝없이 하얗게 거슬러 오르는 꿈을 꾸었다.
이시영 시인의 <여름>
냇가에 양동이나 주전자 하나씩 갖고 가서
신나게 고기 잡고 놀던, 어릴 적이 생각나지요?
저녁이면 모깃불 옆에서 수박 한쪽씩 나눠 먹고
평상에 누워 무수한 별을 바라보곤 했었는데..
오래전의 여름날이 참으로 그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