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27 (목) 잔
저녁스케치
2019.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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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앉아 있는 것보다 옆에 커피잔이 놓여 있으면 덜 심심심하다
아는 할머니 한 분은 헤이즐넛 커피를 해질녘 커피라고 한다

해질녘

그게 더 예뻐서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다

모르고 사는 삶이 더 아름답다
하늘에서 하얗게 내린 눈이
쌓여서 어떻게 빙하를 만들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런 것들은 세상을 신비롭게 만든다

우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면서 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는 삶을 사랑한다
영원히 궁금해 할 수 있는 삶

내게 모든 진실이 필요한 건 아니다

허상만 시인의 <잔>


하늘이 왜 파란지,
나뭇잎은 왜 연두에서 초록으로,
초록에서 붉고 노란색으로 물드는지
우리는 알고 있지만 굳이 따지지 않습니다.

아름다움을 보는 데는
모든 진실이 필요치 않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