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네 하늘은 면사무소를 따라 돌지.
면사무소를 지나면 농협이 있고
농협을 지나면 중국집이 있고 중국집을 지나면
경운기를 타고 오는 봄날. 면사무소는 늘 그 자리에
면사무소처럼 앉아 면사무소를 지나가는 사람과
면사무소를 흘러가는 구름의 시간에 대하여 회의를 하지.
경운기를 타고 오는 은밀하게 면사무소라는 말속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지. 언제나 면사무소의 얼굴로.
언제나 면사무소의 자세로. 어디서 왔소?
면사무소에서 왔습니다.
면사무소는 비를 내리지 않고 면사무소는 바람을 만들지 않고
면사무소는 면사무소를 뛰어넘지 않고 면사무소는 면사무소를 따라
느리게 돌아가지. 그러니까 무슨 말이냐 하면,
아, 아, 다시 한번 면사무소에서 알려드립니다.
이명윤 시인의 <면사무소를 지나가는 택시의 말>
시골에서는 면사무소가 아주 많은 역할을 하죠.
중요한 서류도 떼고, 복지업무도 도와주고,
동네 몇 개 없는 음식점도 모두 면사무소 근처에 있고 말이죠.
동네 확성기에서 방송이 나오면
그 중요한 밭일, 논일도 멈추시고 귀를 쫑긋하시던
시골 어르신들이 생각납니다.
그래요. 정말 시골 하늘은 면사무소를 따라 도는 게 맞다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