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앞에서 둥글고 환한 꽃들은 어두워진다
바람이 불고
문득 한 꽃잎이 지고
쌓인 꽃들이 서로 물들며 한 생을 이루는 동안
저녁이 오고
한 계절이 흘러간다
울면서 걸어가는 낯익은 젊은 여자를 보던 그날은 내가 아팠지만 이웃집 목련꽃이 왜 서글픈 표정을 지었는지 그때 알게 되었다
인연은 그림자처럼 서툰 포옹도 없이 사라지는 것
해질녘에 바삐 한 그루 미루나무에게로 가서 나를 놓아버렸다
박노식 시인의 <노을 앞에서 꽃들은 어두워진다>
오늘도 어김없이 노을이 지고
꽃들은 낮게 깔리는 햇볕에 가려집니다.
이렇게 몇 번의 저녁이 더 오면
달이 가고, 한 계절이 가겠죠.
어느 새 돌아보니 저만치 가있는 시간처럼
어느 날 보니 어떤 인연은 멀어져있기도,
또 어떤 인연은 한 걸음 곁으로 다가와 있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