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4 (화) 연륜의 힘
저녁스케치
2019.06.04
조회 694
주름이 하나 더 늘었다
손가락으로 만져 본다
따뜻하다

고뇌가 사랑보다 몸에 더 많은
흔적을 남기는 걸까?
아님 사랑이 고뇌보다 몸에 더 많은
흔적을 남기는 걸까?

꿈꾸듯 거울 속의 나를 본다

저 몸속에서 얼마나 많은 꿈들이
힘겹게 뜨겁게 운명의 호미를 들고 고랑을 팠을까
그리고 그 고랑에서 나는 또 얼마나 자주
주저앉고 도망치고 또 일어서려 애썼을까

그 불꽃들이 모여 주름이 되었다는 게
이제는 아프지 않다
나무늘보가 천천히 마음씨 좋은 미소로
나무에 매달리듯
어느 날 문득 깨닫는 늙어감의 미학!

얼마나 멋진 발견인가?
빨리 정신을 차리든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든
상관없이

자연스레
내면을 조용히 재편하는 연륜의 힘!

김상미 시인의 <연륜의 힘>


우리 얼굴의 주름이
늙는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을 겁니다.
그만큼 열심히 살아왔다는 뜻,
넘어져도 일어서려 애썼다는 뜻,
내가 살아온 삶과 세월이 얼굴에 새겨진 거라 생각하면
주름도 따뜻하게 느낄 수 있지 않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