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두고 걸으니 삶이 느려졌다
자전거보다 느리고 달리기보다 더디다
사막처럼 고요한 한여름 거리
발바닥이 뜨끈해진다
드디어 나무들의 나라 가로수 길 접어드니
냉장고 문을 열고 들어가는 속이 서늘하다
나뭇잎 사이 햇살이 찰랑인다
의미 없는 그늘이란 없는 것이다
나무에게 한 수 배운다
심어진 뜨거운 자리 불평 없이 푸르른 두 발바닥
흥겹게 인사한다
걷는다는 것은 느리다는 것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인다는 것
김기만 시인의 <냉장고 속을 걷는다>
차를 놓고 두 발로 걸으면
그동안 스쳐 지났던 것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하죠.
가로수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언뜻 부는 사람이 얼마나 달콤한지,
가끔은 느리게 걸어봐도 좋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