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12 (수) 옹이
저녁스케치
2019.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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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터라고 부르지 말라
한때는 이것도 꽃이었으니
비록 빨리 피었다 졌을지라도
상처라고 부르지 말라
한떄는 눈부시게 꽃물을 밀어 올렸으니
비록 눈물로 졌을지라도

죽지 않을 것이면 살지도 않았다
떠나지 않을 것이면 붙잡지도 않았다
침묵할 것이 아니면 말하지도 않았다
부서지지 않을 것이면, 미워하지 않을 것이면
사랑하지도 않았다

옹이라고 부르지 말라
가장 단단한 부분이라고
한때는 이것도 여리디 여렸으니
다만 열정이 지나쳐 단 한 번 상처로
다시는 피어나지 못했으니

류시화 시인의 <옹이>


나무의 몸에 박힌 가지의 밑부분을 옹이라고 하죠.

나무의 옹이가
가구를 만들 때는 결점이 될 수도 있지만
옹이가 있는 나무는 갈라짐과 뒤틀림에 강해서
한옥의 대들보나 기둥으로 쓰인다고 하는데요.

겉보기에는 흉터처럼 보일지 몰라도
가지를 뻗어나간 흔적,
옹이와 같은 삶의 자국들은
우리를 강하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