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13 (목) 그 옛날의 사과나무 숲
저녁스케치
2019.06.13
조회 539
버스에서 내리면 울퉁불퉁 신작로 길을 따라
플라타너스가 줄을 지어 서 있었다
한여름이면 매미 울음소리에 심심하지도 않던 길
엔진소리는 흙먼지에 묻혔다
플라타너스가 우거지면 맑았던 시냇물 흐르고
머리만 잠깐씩 보이는 징검다리는 묵묵히 세월을 버티고 있었다
안개비가 내리는 날, 그리움이 내리는 날
언덕배기 사과나무들 수줍은 모습으로 향기를 번지던 날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 무엇을 해야 할까
우수수 떨어지는 저 많은 무수한 사유 속으로
세월은 가야 할 길, 해야 할 일을 우리에게 묻는다
신작로에 콘크리트가 덮이고 매미가 떠나가던 날
추억은 사과나무 사이로 숨고
나는 그 속에 숨어버렸다

김기홍 시인의 <그 옛날의 사과나무 숲>


나무들이 베어진 자리에
넓은 도로가 생겼습니다.
분명히 더 편리해졌는데
자꾸 옛날 그 사과나무 숲이 생각납니다.
그때의 매미소리가 그리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