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 1 (수) 묵독
저녁스케치
2019.05.01
조회 510
당신을 읽는 중입니다
읽을수록 손을 놓을 수 없습니다
가슴을 열람하고
옆구리를 빌립니다
모음으로 된 당신의 뼈
자음으로 된 당신의 살
감탄 부호로 찍힌 음성
수억의 관문을 뚫고 입성한 내가
가장 잘한 일이 있다면
당신을 열독한 일입니다
언제일까요
폐문을 맞이하는 날
이별을 박차고 이 별을 나설 테지만
당신이라는 양서를 택한 나는
우등 사서(司書)입니다
누군가 당신을 복사할까봐
차마 낭독할 수 없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아무도 모르게
당신을 외웁니다

조재형 시인의 <묵독>


책을 읽듯이 좋아하는 사람을 읽으려한 적이 있습니다.
잘 먹는 음식은 뭐고,
어떤 영화를 즐기는지,
어떤 스타일의 이성을 좋아하는지,
좋아하는 책의 글귀를 읽고 또 읽듯이
떨리는 맘으로 어떤 이를 외우던
그런 날들 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