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 11 (토) 환한 불통
저녁스케치
2019.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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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정이 깨졌다

고여 있던 시간이 빠져나갔는지 패턴을 그어도 아무 반응이 없다 아픈 곳으로 상처는 파고들어 눈이 따끔거렸다

수신할 수 없는 언어들이 떠다녔다 표층과 지층 사이를 다 뒤져도 세상은 부재중

손 안의 물건이 내 전부일 때가 있었다

너무 오래 보관한 기억들이 쓸모없이 점점 커져갔다 창으로 인해 안팎이 분리되었다

서로를 소통으로 숨 쉬게 했던 지상에 없는 언어가 나는 궁금하다 무성의 단절음이 파편처럼 환했다

액정도 한번 깨지고 싶었겠지?
저도 세상을 확 바꿔보고 싶었겠지?
깨졌다, 유일한 파괴를 택한 것이다 절망은 끝나지 않은 새로운 문

생경한 감각을 이해했다
수많은 문에서 나와 수많은 문으로 들어가듯 스스로 거대한 감옥에 갇혔다

입력된 번호는 모두 통화 중!
끊을 건 깜깜무소식인 연락밖에 없다

중독된 희망이란 이별 뒤의 감정 같은 것인가
나는 비밀번호 속에 다시 고립되었다

조선의 시인의 <환한 불통>


휴대폰 액정이 깨져서
터치가 안 되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죠.
상대방으로부터 연락이 오면 전화를 받는 것만
겨우 할 수 있게 되는데요.
그저 휴대폰만 안 될 뿐인데
생활의 많은 것이 한 번에 날아가는 듯
캄캄해지는 때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