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 14 (화) 듬돌이라는 국수집
저녁스케치
2019.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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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재에는 듬돌이라는 국수집이 있고
면이 당신 머리칼처럼 아름다워

거기서 당신과 나는 고기국수를 시켜 반씩 덜어 먹고 있지

해변은 빠져 죽기 힘들 만큼 얕아서 밤에 죽으러 왔던 사람들이
결국엔 물을 걷다 지쳐, 백사장으로 걸어 나와 하룻밤씩 자고 간대

다음날은 신비롭겠지, 바닥까지 보이는 물속에 물고기가 놀고
바다 너머에는 이 세상이 아닐 것 같은 비양도가 보일 테니까

구름은 이상하지, 죽으러 왔는데 더 있고 싶을 만큼 희어서

아, 눈부시다 그 말이 나오면 눈물이이 텨저서
못된 것 다 털어낼 수 있대

그러니까 죽으러 가지 말고 여기에 와 숨어 살면 돼

고기국수가 모자라면 한 그릇 더 부탁해 반씩 나눠 먹고
평등하고 평화로운, 눈물 나는 하품이나 하면 되는 거 아니겠어

돔돌이라는 국수집에 다녀가, 갈 수 없는 비양도처럼 작은 집이야

민왕기 시인의 <듬돌이라는 국수집>


좋은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느긋하게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는 상상,
그런 상상을 하면 살고 싶어집니다.
사는 것 별 것 없구나...
그래도 꽤 살아볼만 하구나 싶어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