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을 하지 말고 살아야겠다
모든 계산은
부정확하지는 않아도
불가능한 거라는 생각이 든다
계산을 하는 동안에도
자본은 운동을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느 구좌에선가 이자가 올라가고 있고
수수료와 세금과 연체료가 빠져나가고 있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계산은 불어가거나 녹아가고 있다
모든 존재는
언덕 아래로 굴러내리는 눈덩이와 같으니
모든 계산은
그 눈덩이의 지름을 재는 일과도 같다
계산을 한다는 것은
순간을 환산할 수 있다는 장담처럼
영원을 측량할 수 있다는 믿음처럼
어리석은 일, 계산을 마치는 순간
그 수치는 돌덩이가 되어 나를 누르고
구르는 동안 욕망의 옷을 입기 시작할 것이다
부디 계산을 마치지 말자
그래도 우리는 그 위에 꽃 피우며 잘도 산다
돌 위에 뿌리내린 풍란처럼
아슬아슬하게, 그러나 제법 향기롭게
나희덕 시인의 <계산에 대하여>
무언가를 줄 때는
돌아올 것은 생각하지 않아야
내 마음이 즐겁고 편안합니다.
우리, 너무 많이 계산하지 말고 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