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름지기 인생이란 이렇게 끌려갈 게 아니라
저 혼자 흘러가게 내버려두고
가만히 지켜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이를테면
층층나무 그늘 속에서 곤줄박이의 울음소리를 귀 기울여 듣거나
맛있게 칼국수를 먹는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처럼
내가 내 삶의 주체가 아니라
내 삶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
그것이 비록
격정뿐인 삼류 멜로영화를 보는 것만큼 유치하거나
감동 없는 후일담의 주인공과 조우하는 것만큼 시시할지라도
나름 괜찮을 듯하다는 생각
그러다가 어느 순간
막막한 생의 끄트머리와 마주했을 때
세월을 함께 건너오며 지켜본 그간의 삶에
유음(遺音)을 대신할 단상 하나 간략히 적은 후
내 이름자 아래에다 크게 수결(手決)*을 놓는 것
이것이 바로 내가 이순에 이르러
처음 맞이한 봄볕을 데리고 놀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
양승준 시인의 <문득>
인생. 저 혼자 흘러가게 두고 지켜본다...
이 정도 삶의 경지는
언제나 이룰 수가 있을까요?
연습을 해도 해도 부족한 내려놓기 입니다.
*수결(手決):오늘날의 사인(sig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