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누구에게 오래 머물다 가면
메울 수 없는 우물이 생기는가 보네.
그 우물에선 맑은 물이 샘솟는가 보네.
그 곳에는 달이 뜨고, 향기가 찰랑찰랑하네.
내려다보면 무뚝뚝했던 내가 쳐다보고 있네.
나는 거기를 향해 돌멩이를 한번 힘껏 던져보네.
던지니까 나와 물이 동시에 깨져 버리네.
깨진 우물은 시간이 흐르니까 다시 아무네.
그가 나에게 남긴 우물, 그가 그리울 때면
나는 예서 물을 떠 목을 축이며 산다네.
김영남 시인의 <나도 그의 맑은 우물이 되고 싶네>
누군가가 머물다 간 자리는
매울 수 없는 우물이 되어
낮이면 나뭇가지가 비치고,
밤이면 달이 비쳐 환하게 빛납니다.
그리운 이의 얼굴 말고는 모두 다 비치는 우물...
우물에 담긴 맑은 물은
그리움의 눈물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