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은 끝이 없었다 기계처럼 움직여 잔업을 마치면 야근이 기다리고 회식이 잡혔다 공휴일은 등산복을 입고 출근하거나 체육복을 입고 퇴근했다
설명서가 없는 삶이었다
주름보다 먼저 두통이 왔고 구두 굽보다 먼저 발꿈치가 닳았으며 나보다 먼저 입사동기가 승진을 했다 그러다가도 지하철에 빈자리가 생기면 보상을 받는 듯했다 그 작은 의미를 던져주며 누군가 나를 조종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밤은 짧고 낮은 길다는 것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었다
부품 하나가 없어도 움직이는 기계처럼,
세상은 돌아갔다
저녁 없이도 돌아가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
서봉교 시인의 <밤일낮장>
‘이렇게 사는 게 맞을까?’ 하고
의문을 던지는 사이에도
일은 밀려들고, 졸음은 쏟아지고.
지하철에 몸을 실은
수많은 사람들의
힘든 표정을 보고 있으면
저녁이 있는 삶은 과연 누구의 것인가,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