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봄이 간다고
팔순 넘은 엄마가 울었다
벚꽃이 필 때
그 긴 꽃의 터널을
걷고 또 걷고
바람에 날리는 벚나무 아래에서
슬픈 웃음을 짓던 엄마
꽃잎 쌓이는 나무 아래 주저앉아
쓸쓸히 노래를 부르던 엄마
나뭇잎이 더욱 푸르러지고
햇살은 더욱 빛나는데
봄이 간다고
이 봄이 간다고
스무 살 엄마가 울었다
고경연 시인의 <봄이 간다고>
오늘 전국적으로 벚꽃비가 내렸습니다.
절정이었던 벚꽃은 한 잎씩 흩어져
물가에, 도로 위에, 사람들의 머리 위에 앉았죠.
벚꽃 피는 봄은 가고 있지만
초록이 넘실대는 봄이 오고 있습니다.
부디 여든이 넘은 어머니가
앞으로도 몇 번은 더, 아니 수십번은
봄이 오고가는 걸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