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잠 든 아내가 씩씩하게 코를 곤다.
저것이 노동력이다.
코 고는 소리에 거리낌이 없다.
저것이 바로 생산력이다.
모처럼 저녁잠이 들더니
마른벼락처럼 호통을 친다.
저것이 진짜 경제력이다.
아내의 잠꼬대는 힘차다.
잠 속에 찾아드는 헛된 꿈을 쫓아내는
지극한 생생함이 있다.
이능표 시인의 <아내의 경제력>
퇴직한 남편의 입장에서
생전 안 하던 일을 시작한 아내를 보면
얼마나 미안하고, 고맙고, 마음이 아플까요...
평소 같았으면
웃음이 터졌을 코골이인데도
도저히 웃어지지가 않을 겁니다.
아내의 주름이 하나 더 늘어갑니다.
“당신 어제 코골더라!?” 하는 장난에
얼굴을 붉히는 모습은
아직도 영락없는 소녀인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