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을 좋아한다
왜, 그런 거 같은 거 있잖아
그러니까
오래 물을 담아 두어 물금이 생긴 그릇
나는 당신의 어디쯤에 물금으로 남았을까
그런 거 같은 거
무심결 잊었다가 꺼내 입은 옷
어깨에 삐죽이 솟은 옷걸이 자국
당신은 나에게 얼마나 오래 걸려 있었기에
이 자국이 없어지지 않을까
그런 거 같은 거
뒤축이 무너져 못 신게 된 구두나
베란다에서 말라 죽은 벤자민 화분이나
비를 만나 편의점에서 사서 쓰고는 그대로 버스에 두고 내린 우산이나
발이 시려 지하상가에서 사서 덧신은 천 원짜리 양말이나
그런 거 같은 거
내 것도 아니고 내 것 아닌 것도 아니어서
버려지지는 않고
막상 버리자니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거 같은 거
아무 용처도 없는데 잊혀지지도 않는
이걸 무어라 부르기도 영 마땅치가 않은
그런 거 같은 거
윤성학 시인의 <그런 거 같은 거>
‘그런 거 같은 거 있잖아’
중요한 건 아닌데
어쩌다 생각나는 것,
기억 안 해도 그만인데
꼭 한 번은 기억해내고 싶은 것,
누군가에게 나는
어쩌다 생각날 듯 날 듯
입에서 맴도는 그런 사람이기라도 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