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 많이 받아서 탑처럼 쌓으며 살으라고
울 아부지가 지어준 내 이름이여
복길이 복순이 복만이… 그 많은 복자돌림 이름씨들 중에
내 이름이 젤로 높으지러
봄이 넘어지고 여름이 기웃 일어서면
미역도 베고 톳도 뜯고 다시마 걷어 전복새끼 키우다보면 한 해
가 후딱 가부러…
흑산면 대둔도 도목리 한 고개 너머 도롱이 마을로 시집가서 살
다가 영감 보낸 후 자슥새끼 데불고 다시 도목리로 와서 바다에만
한 몸 기대고 살았지러 자슥들은 다 뭍에 나가 살지만 나는 여기가
좋아…
100년 된 뗏마배 삐거덕 삐거덕 노 저어 돌섬을 누비며 이거이
내 차여, 니들이 몰고 다니는 그 쌩쌩이처럼 나는 내차 몰고 내 길
다닌당께 심심할 새가 위딧어 밀물 썰물 잘 헤아려 오가다 보면 그
냥 밤 오는 기여
여든 여섯 이 나이 묵도록 그러니께 이 바다가 다 나여,
이름 덕에 나 이렇게 푸짐하게 복 받고 사는 나가 바로 바다여,
김현지 시인의 <박복탑 할머니>
그럼요.
한 평생 살아온 곳,
그곳이 바로 나이고
내가 바로 그곳이지요.
내가 부지런한 덕이 아니라
이름 덕에 복 받는 거라는 할머니는
마음도 바다를 닮은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