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물 맞춰 쌀을 안친다
안친다는 건 쌀이 걸어온 길에 대해 묻고 이해하는 일
그가 맞은 햇볕과 비와 바람의 질량을 가늠하는 일
그가 걸어온 길을 손금으로 들이는 일
가래 끓는 가슴으로 밑동부터 잡아 일으킨 한 사람의 생과
그늘과 양지와 대지의 사연을 듣는 일
뿌리의 말을 다듬고 솟는 줄기의 힘을 만지고 낱알 영그는 노고를 집에 들이는 일
주저앉는 등허리와 기울어 가는 서까래의 늙음에
고스란히 심장 박수 맞추는 일
쌀뜨물처럼 저녁이 오고
손등으로 깊이를 가늠한다
그리하여
고슬고슬한 당신과 나란히 밥상에 앉아
그의 이야기를 꼭꼭 씹는 것이다
김성철 시인의 <그리하여 고슬고슬>
우리가 먹고 마시고 쓰는
모든 것들이 누군가의
노고로 만들어진 것들이지요.
우리 삶을 고슬고슬하게
만들어주시는 분들에게
문득 감사하는 마음을 전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