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껏 컴퓨터가 없어
시간이 집을 지은 누런 달력 뒷장에다가 낙서를 하거나
퍼뜩 떠오르는 생각이나 오랜만에 걸려온 전화번호나 주소를 적으며
막걸리에 찬밥을 말아 척척 시어 꼬부라진 열무김치에
막장에 풋고추를 찍어 밤참을 먹다가, 문득
먼 증조부 뻘 제상에 괴어놓은
약과며 다식이며 과줄을 얻어 돌아오시던
아버지가 무척 보고 싶은 것이다
허 림 시인의 <따뜻한 시간>
어느 날부턴가 나에게서
부모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나요?
사소한 행동과 습관, 표정, 말투, 걸음걸이
심지어 싫어했던 모습까지도 닮아 놀라기도 하죠.
아버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나를 당신과 닮게 만들어버린 걸까요?
부모님 빼닮은 나를 보며
부모님을 더욱 그리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