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마당에 내놓은 의자 위에 흰 눈이 소복이 내렸다
가장 멀고 먼 우주에서 내려와 피곤한 눈 같았다, 쉬었다 가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지친 눈 같았다
창문에 매달려 한나절,
성에 지우고 나는 의자 위에 흰 눈이 쉬었다 가는 것 바라보았다
아직도 더 가야 할 곳이 있다고, 아직도 더 가야 한다고
햇살이 퍼지자
멀고 먼 곳에서 온 흰 눈이 의자 위에 잠시 앉았다 쉬어가는 것
붙잡을 수 없었다
유홍준 시인의 <의자 위의 흰 눈>
바래도 오지 않던 눈이
연락도 없이 찾아왔습니다.
이번 겨울에는 못 보는구나... 체념했는데
이렇게 잠시나마 앉았다 가주니 고맙네요.
오늘 내리는 눈이
끝나가는 겨울을 장식해주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