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3 (목)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저녁스케치
2019.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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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라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 보다는
동짓달 스무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였음 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없는 사랑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썰물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 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 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

도종환 시인의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사랑하면 서로를 닮아간다고 하죠.
내가 사랑하는 당신이 수수하고 따뜻하면
부족한 나 또한 그 모습을 닮아갈 겁니다.
또 내가 마음이 넓고 소박한 사람이면
내가 사랑하는 당신 또한 그렇게 되겠죠.
그렇게 서로를 반씩 닮아서 억세풀 처럼
은은히 아름답게 늙어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