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가 있었네
숨바꼭질을 하면 언제나
술래가 가장 늦게 찾는 아이
몰래 숨어든 집
장독대에서
간장 항아리에 들어온
꼭지 푸른 오이처럼
해묵은 기억을 엿듣던 아이
세월은 이제
하나 둘 잊혀진 이름들을 부르며
내 앞의 어둠을 앞질러 가고
어머니처럼 둥근 항아리는 내게 말하네
얘야, 이제 그만 일어나렴
너는 너무 오랫동안 숨어 있었단다
휘민 시인의 <장독대에 내리는 저녁>
추억을 까맣게 잊고 살았습니다.
동네를 누비며 함께 숨바꼭질 했던 친구 몇몇은
이름마저 헷갈릴 지경이 됐습니다.
이제는 내가 먼저 연락을 해볼까 합니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너무 오래 숨어있었지요.